아... 언제부터인지 게임계에 dlc라는 상업수단이 생기고, 무지막지한 오남용(확장팩이라던지, 무기팩이라던지, 스킨이라던지...)이 일어나는 시대가 도래했네요.
다행히! 이번 사용기는 좋은 방향으로 서술될 만한 퀄리티를 지녔습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게롤트가 어떤 지하 하수도의 괴물을 처치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이 이후로 많은 부분이 스포일러라, 내용상의 서술은 더 않겠습니다.)
dlc 자체의 플레이타임은 대략 10시간 정도 됩니다. $9.99라는 가격에 비하면 적당한 볼륨이라 생각하는데, 스팀 평가에서 가장 추천받는 글을 인용하면 "10달러짜리 dlc가 60달러짜리 다른 게임보다 낫다" 라고 하죠.
게임의 난이도는 물론 본게임보다 높습니다. 시작 레벨이 30 전후로 보정되는데, 상대들의 레벨도 높거니와 이벤트상에서 장비가 후줄근한 것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아서, 컨트롤이나 추가적인 육성이 꼭 필요합니다.
또 하나 만족스러웠던 점은 그래픽이었네요. 사실 도트나 디테일 자체는 본편과 별반 다를바 없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등장하는 수채화 저택, 불타오르는 혈투 등은 위쳐 자체의 분위기나 색채와 어우러져 전혀 새로운 연출을 보여줍니다. 많은 게임들이 큰 스케일, 압도적인 무언가를 보여주려 한다면 이 세부적인 연출 또한 중견 게임사가 들일 수 있는 조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위쳐에서 히로인이 빠질 수는 없죠. 이번 작품은 위쳐 1에서 트리스와 자웅을 겨뤘던 샤니가 등장합니다. 단발머리의 매력적인 의사 양ㅂ...아니 아가씨는 이번 dlc에서도 플레이어들이 목석같은 위쳐에게 답답함을 느끼게 할 만큼의 매력을 선사합니다. 물론 이번 dlc에서는 약간의 진전(?)이 있습니다. 직접 플레이하시면서 느끼셨으면 좋겠네요.
또한 스토리의 아주 중요한 기둥이 되는 인물, 군터 오'딤은 스토리에 진한 향과 무게감을 더해 줍니다. 인간의 욕심과 허무한 소망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이를 바라보는 제 3자이자 개입자의 입장은 어떠한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 인물이죠.
대신 이번 dlc는 보다 직선적이고, 이동이나 수행 과정에서의 다른 선택지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마치 별권 혹은 외전처럼 다룬, 그야말로 대서사시의 뒤를 잇는 훌륭한 단문 소설이랄까요.
앞으로도 많은 게임사가, 자신만의 스토리와 분위기로, 혹은 전혀 새로운 시리즈로의 발전으로 거듭났으면 하게 되는 좋은 dlc였습니다.